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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통치이념·이데올로기로도 짓밟을 수 없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신뢰를 받는 인권 수호 단체 국제 앰네스티(Amnesty) 아이린 칸(Irene Khan) 사무총장이 한국 현(現) 정부 들어 경찰의 과잉진압이 두드러지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등 ‘인권후퇴상황’이 우려된다고 지난 11월 말에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이 축소되고 몇몇 지역사무소가 폐쇄되는 등의 변화는 분명 한국 내 인권상황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조짐이라 할 것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후 인권이 1차적 지향점에 밀려 부차적인 사안으로 취급되고 있음이 제3자의 눈에 비쳐진 것이라 하겠다.
인간 생존의 기본권인 인권(人權)은 단순히 법률로 규정된 권리를 넘어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이다. 더욱이 만민 평등권·자유권 등의 차원에서 행복추구권까지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권리가 지금 그 가치와 중요성이 퇴보하고 있다는 국제단체의 지적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라는 존재자의 특별함을 불교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 범주는 인권을 넘어 생명공생에 이르고 있다. 불교는 사람만이 아닌 모든 일체 유정(有情, sattva)을 교화 대상이나 향유 주체로 하기 때문이다.
《잡아함》제15권에서는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은 바다 속에서 백년에 한 번씩 물 위로 떠오르는 눈 먼 거북이 마침 물 위에 떠다니는 구멍 뚫린 통나무의 구멍에 머리가 들어가는 것과 같이 희귀한 일”이라며 인신난득(人身難得) 즉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기 어렵다고 하였으며, 또한 마땅히 존중되어져야 할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숫따니빠따》에서는 “태어나면서 천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면서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되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어떤 출신이나, 사회제도적인 잣대에 의해 그 사람의 귀천이 결정되지 않음을 천명하고 있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권리이다. 어떠한 이데올로기로도 어떠한 통치이념으로도 짓밟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단 불교만이 아닌 모든 종교의 기본적 입장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사회적 계급이나 권력, 종교를 앞세워 누군가를 업신여기거나 배타적 자세로 대하여 소외계층을 만들거나, 또한 그것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생명과 주위환경의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연기(緣起)속에 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자각하며, 불자(佛子)로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고 모든 생명이 더불어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실천인 것이다.
법진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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