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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5월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단상에 올라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 제공6·1 지방선거 후 ‘여당 내홍’ ‘이준석 사태’로 에너지 소진9일 정치권과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았을 때는 6·1 지방선거가 치러진 6월 첫째 주다. 대선과 지선을 연이어 이긴 후 탄력을 받아 국정과제를 추진할 것처럼 보였던 윤석열 정부는 그러나 그 직후부터 지지율이 가라앉으며 동력을 상실해 갔다. 7월 넷째 주에 ‘레임덕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지지율 30%가 붕괴했고 그 후 6주 동안 20%대에 머물고 있다.세부 항목을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매우 위태롭다.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윤 대통령이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잘 한다’는 긍정 평가보다 높다. 윤 대통령이 ‘보수의 성지’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제가 미흡한 점이 많더라도 많이 도와달라”고 했지만 마찬가지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우군이 되어 준 20대(18~19세)와 30대 지지율은 16%, 13%에 그친다. 야권 지지세가 강한 40대(15%)와 큰 차이가 없다.윤 대통령 지지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동안 발생한 정권 차원의 실수는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취학’ 정책 정도뿐이다. 그 이외는 거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된 국민의힘 내홍과 윤 대통령의 ‘이미지 실추’가 원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승한 후 21일 만에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는 일단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를 미뤘고, 7월 7일 다시 열린 윤리위에서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같은 달 26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우리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 이른바 ‘체리 따봉’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그 후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했고 ‘비상상황’이라며 당 지도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됐지만 법원은 이에 반대한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고, 이는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다시 당헌을 개정해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고, 마침내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이 과정에서 친윤(親尹)계 초·재선 의원들이 ‘새 비대위’를 반대한 중진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는 매우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당내 최다선(5선)인 서병수 의원이 당헌 개정과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에 반대하며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조선DB정치력 실종 탓 법적 다툼만...여당 내 소수 목소리는 묻혀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정치’ 대신 법적 다툼만 있다.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자는 당내 소수 목소리는 묻혔다. 윤리위는 이 대표와 관련한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징계부터 했다. 조해진 의원은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 권은희 의원 등에게 징계절차를 개시한 윤리위를 두고 “당내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키는 퇴행적 행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새 비대위’에도 추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태여서, ‘정치 실종’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피해를 보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다. 임기 초반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이긴 동력으로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하는데, 이미 국민 10명 중 6명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뢰하지 않는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뢰한다’는 39%, ‘신뢰하지 않는다’는 59%였다.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6월 첫째 주에는 ‘신뢰한다’가 59%, ‘신뢰하지 않는다’가 34%였는데 숫자가 뒤바뀐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에 대한 설문에서는 ‘경제가 안정되고 좋아지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그쳤고,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36%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정치의 빈자리를 ‘보수 유튜브’가 채워…법원이 반박하기도윤석열 정권에서 ‘정치’가 사라진 공간을 채운 것은 ‘보수 유튜브’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모욕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보수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는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됐다. 안씨의 누나는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다가 논란이 일었고, 결국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다.또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등장하는 강기훈씨가 한때 극우 성향 ‘자유의 새벽당’ 대표였다는 점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이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의 일자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일부 극우적 발언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극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대통령실 고위직이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보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달 윤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아 비판을 받자,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출연해 이유를 설명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올라온 방송 목록. /유튜브 캡처이 채널에서는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담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무속인이 출연해 이준석 대표를 비난하는 콘텐츠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강 수석이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저희가 하는 일을 알리는 것인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이 유튜브 채널은 법원이 이 대표가 낸 국민의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을 때 다시 정치권에 회자했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은 가처분 인용 직후 황정수 부장판사를 향해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다는 우려가 사전에 있었는데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검사 출신 “정당정치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월권”이라고 했다.그러자 서울남부지법은 같은 날 밤 기지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황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주장은 ‘이봉규TV’에서 제기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의 민주당’, 대안 되기보다 사법리스크 ‘방탄용 맞불’ 집중정치가 실종한 상황에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제1야당도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패배 후 곧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이재명 의원’이 됐고, 또 곧바로 당권에 도전해 ‘이재명 대표’가 됐다. 당 지도부도 친명(친 이재명)계가 장악해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다.이 대표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 지지율을 보면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 실시된 전당대회 후 조사해 이달 2일 발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전당대회 전(36%)보다 더 떨어졌다.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36%)보다 낮은 수치다.‘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백현동·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고 통보하자, 민주당은 재임 기간 기소가 불가능한 윤 대통령을 대선 기간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당론으로 발의했다. 여권의 대안이 되기보다는, 이 대표 수사에 ‘방탄용 맞불’을 놓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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